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간접경험

빌리 엘리어트, 신해철

음... 오랜 휴가를 받았다. 그래서 차일피일 미뤄뒀던 빌리 엘리어트를 보기로 했다.


나는 기본적으로다가 성장소설과 성장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인데, 

성장이야기치고 재미없는 게 없었다는 나의 개인적인 통계를 기반으로 도출한 결과를 가지고 타당한 증거를 댈 수 있다 하겠다.*


그런데 생각해보니 소년의 성장 이야기는 많은데, 소녀의 이야기는 아주 극소수라는 건 참 안타깝다. 소녀의 성장이야기가 훨씬 재밌겠구만.. 뭔가 좀 더 역동적이고 때로는 무섭고 추악하기도 하면서 아주 슬프고.. 영화나 소설로 만들기에 너무도 적절한데 말이야.

어쨌거나..

마침 또 주위 친구들 2명이나 극을 보고와서는 아주그냥 파워칭찬을 하길래, 흥, 그래? 하고 넘어갈 수 없었어. 구래!! 이건 봐야돼!!!


사실 딱히 땡기진 않았지만 마침 괜찮은 가격에 표를 구할 수 있게 되어 좋은 자리에서 보게 된 레미제라블은, 후에 아.. 난 뮤지컬이랑은 안 맞나봐.... 하고 의구심을 가진 상태였기 때문에 다른 작품을 볼 기회가 있어도 그냥 넘어가곤 했고, 뮤지컬 안 봤어요? 뭐 봤어요? 하면, 전.. 그냥 빌리엘리어트만 보면 돼요.. 하고 줄곧 대답했던 나의 레파토리에 변화를 줄 수 있게된 것이다!!!

영화가 대박인데 뮤지컬이 구려봐야 얼마나 구리겠어! 어쨌든 볼거야! 보겠습니다! 해서 좀 급하게 표를 좀 어렵게 구했고.

이미 본 친구들은 다들 마침 영화를 안 보고 극을 봤음에도 대애박!을 외치는 게.. 흥. 너넨 영화도 안 봤는데 그게 좋았다고?

영화를 봐야지!! 영화를 보지않고서는 빌리 엘리엇을 논할 수 없단마리다! 하며 영화 얘기를 열변하는 와중에.. 마침 또 생각난 김에... 본 지 오래되기도 했고.. 해서 다시 보았다. 어젯밤에.



영화를 보면서도 와... 이건.. 참.. 잘 만들었네... 참.. 연기를 잘하네.. 참.. 좋다. 좋아.

내가 아직 보고있잖아요? 아직 영화가 안 끝났잖아요? 그래도 이건 그냥 와.... 참.. 다시봐도 어쩜 이렇게 좋나요.

슬프고 웃기고 너무 알겠고 그 마음을..

그러다 어떤 장면에서 그래.. 신해철이 생각났단말이지. 그래.. 참.. 신해철은 나의 생각의 많은 부분을, 아니 어쩌면 원래 그의 생각이었을, 차지하고 있구나. 

그래. 그러니까 내가 이 영화를 보게 된 것도 신해철이 한 말 때문이었단 말이다.

언젠가 신해철이 영화 빌리엘리어트의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. 이 영화는 시대적 상황을 알고 봐야한다고 말하면서 빌리 아버지와 대처시대의 민영화, 그래서 빌리의 형과 아버지가 서로 부둥켜안고 울면서 give him a chance 하는 장면이 얼마나 슬프고 참담한건지를 알아야한다고. 

이 신해철의 말이, 내가 내 친구들에게 한,

언니.. 이건 영화를 봐야돼요. 영화를 보면.. 그리고 시대적인 상황을 알면 더 재밌다고요. 그리고는 영화의 한 장면을 설명하며, 그게 얼마나 슬픈건지 이해를 할 수 있다고.. 


그래. 이건 신해철이 한 말이지. 

난 사실 이 부분만을 생각하고 있었는데.


어제, 빌리가 런던으로 국립발레단에 오디션을 보러가는 장면을 보면서. 하..

그래, 신해철이 또 생각이 났다.


빌리가 아버지에게 물어본다. 런던은 어떤곳이냐고. 그럼 아버지가 자기도 모른다고 말하며, 내가 런던에 왜 가냐? 하고, 런던은 수도잖아요. 하면, 아빠는 well, there's no mine in london 런던엔 광산이 없잖아.

아빠에겐 광산이 전부였던거지. 그래, 이 장면을 얘기했던 게 생각난다. 신해철이.


많은것이 신해철을 생각나게 한다. 바닐라와 바나나, 추파춥스, 체벌, 에어로스미스, 퀸, 프린스, 레드제플린, 월식.. 많이..


그때에 많은 고민을 하고있던 사람들은 다 잘 지내고 있을까.. 


이걸 추천해 준 친구도 생각나고... 걔는 나보고 새벽2시에 짜장면 집 윗층 다락방에서 짜장면 집 알바생이 방송을 한다고 말했는데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고.. 나의 중2병을 조금이나마 좋은 방향으로 끌어줬던 사람. 내가 항상 친구들에게 말하는.. 내 가치관의 8할이 신해철 라디오. 이제 그 말을 할때면 좀 아플 거 같다 마음이. 나는 신해철에게 빚을 많이 졌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