피카소의 게르니카 Pablo Picasso, Guernica
마르리드는 더웠다. 덥고.. 더워서.. 나는 대충 유명한 광장과 거리를 다니고는 지쳐버렸다.
어휴, 진짜 덥구나.. 목 마르다...
어디 앉아서 쉬기도 마땅치 않아서 힘들었다. 하지만 어차피 2일 일정이어서, 대충 어떻게든 시간 떼우고, 박물관이나 몇 개 가보면 그만이었다. 나는 그 전에는 내가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.. 아니었다. 난 그냥 집에 있는 게 좋고, 밖에 나왔다가 열심히 놀아도 밤에는 집에가서, 내 방에서 자는 게 좋은 사람이었다. 핸드폰도 되서, 길 찾기도 쉽고 돈 쓰기도 맘 편한 우리 동네에서 말이다. 암튼 포르투갈로 떠나는 비행기를 타기전, 박물관을 들르자해서 간 곳이 레이나 소피아 박물관이었나. 피카소 작품이 있어서 간 건지. 그냥 미술 박물관이고, 유명해서 간 건지 기억이 나지않는다. 그 더운 날인데도 줄이 길게 늘어져있었고, 그것도 햇빛이 나는 쪽이어서 줄을 설까 말까, 고민하다가 그래도 봐야지. 해서 대충 섰던 것으로 기억한다. 오전이었는데도 벌써 지쳤었고, 박물관은 또 되게 커서 빨리 보고 가고싶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. 나는 원래 미술품을 하나를 보더라도 자세하고 꼼꼼하게, 뭔진 몰라도 암튼 그렇게 보는 스타일인데, 미술품이 있는 방도 자그마한 게 여러개라서 왔다갔다 하는 게 힘들었다. 이제 떠날 시간이 가까워지고 마지막으로 들어간 관에서 게르니카를 봤나. 그랬던 것 같다.
우와- 굉장히 컸다.. 학창시절에도 많이 들었던 피카소라는 이름. 그리고 분명히 게르니카라는 작품도 학교를 바꿔가며 미술시간 내도록, 일년에 한 번은 들었던 것 같다. 그리고 심지어 영어수업을 하면서도 들었다. Cubism이니, 뭐니, 하면서 테이트모던에 대해서 배웠던 거 같기도 하고. 언젠가는 분명히 수업하는 1시간 내내 게르니카에 대해 배웠을거다. 그러면서 art vocabulary에 대해 배웠겠지. 그래, 테이트 모던인가 가서도 몇몇 피카소의 그림을 보았었다. 그리고 콜롬비아애랑 태국애랑 사진도 찍었을거다. 뭐,그런건 애저녁에 다 잊어버렸었다. 그래, 그게 다 뭔 소용이냐고. 몇년간의 배움은 사실 아무것도 아니었다. 그냥.. 나는 그 방에 들어가면서부터 그림에 눌리는 느낌을 받았다. 뭔가 쑤욱-하고 내 몸을 빨아들였다가 내뱉았다. 글쎄, 그게 생각보다 커서 그랬나? 난 그 그림이 클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. 뭐, 크기에 대해 생각할 정도로 관심이 있지도 않았었지. 그 그림이 넓은 벽면을 가득채웠고, 인물 하나하나가 저마다 비명을 지르고 있는 것 같았다. 다들 고통받고 있었다. 와- 그냥 와- 그랬다. 다른 벽면으로는 부분부분이 나눠진 습작들이 걸려있었고, 그것도 조금씩 다른 버전이었다. 하던대로 꼼꼼히 살펴보고, 또 보고, 다시 완성작도 보고..
내가 갔을때는 사진촬영이 안됐던 거 같은데 지금은 된다는 것 같기도 하고.. 아무튼 나는 그 그림에 완전히 압도되었다. 그러다보니 시간이 다 가서 좀 급하게 나서야 했는데.. 사실, 그래서 마드리드는 꼭 갔어야할 곳으로 남게되었다. 단지, 게르니카만을 위해서도 갈만하다는 거다. 뭐, 딴건 볼거없다. 볼 거 없다그래서 이틀만 잡은 거 였는데, 하루만에 할 건 다 했으니.. 생각해보면 내가 괜히 게르니카를 봤다는 사실에 취해서 이렇게 찬양질을 하는건가.. 싶지만 뭐, 아무려면 어떤가. 그래, 내가 원래 좀 대형이 큰 그림을 좋아하긴 해.. 아무것도 묻고 따지지 않고 말이다. 그래도 이건 진짜.. 진짜였다고.